2026년의 핵심 경제 변화는 ‘실업 증가’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노동하지 않는 인구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이다. 자동화와 AI는 일자리를 빼앗기보다, 아예 인간의 노동 필요성을 줄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경제 밖으로 밀려나는가,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참여하는가다.

실업이 아니라 ‘비노동 인구’의 확대
기존 경제학은 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사람을 구분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직장을 갖지 않지만,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무가치한 존재는 아니다. 이들은 소비자이자 데이터 제공자이며, 플랫폼 생태계의 핵심 구성원이다.
데이터·주의력·행동이 자산이 되는 구조
비노동 인구가 경제에 기여하는 방식은 노동이 아니라 행동이다. 검색, 클릭, 시청, 이동 경로, 소비 패턴은 모두 기업의 수익으로 전환된다. SNS에서의 체류 시간, 플랫폼 내 리뷰 하나가 실제 매출과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즉, 사람들은 일하지 않아도 이미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GDP에 잡히지 않는 새로운 생산
문제는 이 생산이 공식 지표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GDP는 여전히 임금과 거래를 중심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데이터 제공이나 주의력 소비는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경제는 성장하는데 사람들은 가난해지는’ 괴리가 발생한다.
새로운 분배 논의의 출발점
이 구조에서 기본소득 논쟁은 단순한 복지 문제가 아니다. 이미 생산에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의 문제다. 2026년 이후의 경제는 “누가 일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 적용하면 보이는 구조적 변화
한국은 이 변화가 특히 빠르게 나타나는 사회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청년층은 안정적 노동시장 진입에 실패하고 있다. 동시에 배달, 콘텐츠, 커머스, 금융 플랫폼 사용 시간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즉, 노동 참여는 줄고 플랫폼 참여는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의 비노동 인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집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은퇴한 고령층은 소비·콘텐츠 시청·금융 상품의 핵심 사용자이고, 청년층은 플랫폼 데이터 생산의 중심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제적 기여는 임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기본소득보다 현실적인 대안은 ‘데이터 배당’
이 맥락에서 한국 사회에 더 적합한 논의는 단순한 기본소득이 아니라 데이터 배당 개념이다. 플랫폼이 창출한 수익의 일부를 사용자에게 환원하는 구조다. 이는 복지가 아니라, 이미 생산에 참여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질문은 분명하다. “누가 일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한국 사회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성장과 불만은 동시에 커질 것이다. 새로운 경제는 새로운 참여 기준을 요구한다.